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금요일 밤, 강남에서 금요일 퇴근길, 오랜만에 보는(그리고 아마 또 한동안 보기 힘들) 얼굴과 함께 급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회사 근처는 지긋지긋하니 강남으로! 평양냉면이라면 눈물 훔치며 달려갈 정도로 좋아하는 나도 한 번도 가지 못한 곳! 진미평양냉면. 무려 미쉐린 2021 빕 구르망에 선정됐다고 한다. 왜 몰랐지?라고 묻기엔 답이 너무 뻔하다. 강남이잖아. 심리적 거리감이 훵훵하다. 그치만 먹기도 전에 난 알 수 있다. 나의 을밀대는 이기지 못하리라는 걸. 원래 평냉은 첫사랑이 끝사랑이라고 하잖아. 메뉴를 보니 평양물냉면, 비빔냉면, 온면까지 있었다. 사이드는 뭐 이렇게 또 많아. 이것저것 다 시키고 싶은데, 우리가 고른 건! 이것저것 맛보고 싶으니까 평냉, 비냉, 제육반, 만두반을 시켰다. 가장 먼저 나온 제육반! 저.. 더보기 크리스마스 와인 미리 까먹기 인스타그램을 하다 우연히 발견했다. 별다를 것 없는 로제 와인. 밋밋한 배경 위에 수놓인 달(글쓴이의 고양이 주인님)을. 냉큼 검색했더니 몇몇 블로그 리뷰글이 떴다. 2만원대 가성비 와인이라니, 가격도 착해 어쩜. 그 길로 당장 나의 크리스마스 와인으로 점찍혔다. 물론 로제 와인은 영 취향에 안맞는 사람이었다. 그게 다 뭔데. 와인은 원래 레이블 맛이다. (아님) 몇몇 배송을 해주는 와인샵을 뒤적거리다가 일이 바빠 잠시 잊고 있던 찰나, 나의 요즘 데이트 메이트와 고기 뜯으러 간 여의도에서 유레카! 를 외쳤다. 나를 내추럴 와인의 세계로 입문시킨 그녀가 내 소매자락을 끌고 어딘가 모를 이상한 건물ㅡ여알못, 여의도 알지 못하는 인간의 줄임말ㅡ의 지하 구석탱이로 향했다. 마꽁이네 라는 이름이 붙은 와인샵이 .. 더보기 완벽한 휴식, 나홀로 거제 1박 2일 2020년 첫 휴가가 생겼다. 혼자서 뭘할까 고민을 하다 얼마 전 ‘창밖 풍경이 아름다운 국내 숙소 5곳’이라는 제목의 잡지 기사를 스크랩해둔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숙소를 골라 몇 개의 블로그 리뷰를 보고 잽싸게 예약해버렸다. 평소처럼 5시에 일어났지만 모닝루틴 같은 여유는 없었다. 대신 남부터미널에 조금 일찍 도착해 아침 일기를 쓰고 8시 버스에 올라탔다. 몇 번의 지방출장을 다니며 맛들린 차, 거제 가는 길도 역시나 프리미엄 버스였다. 그렇게 5시간을 잠도 잤다가 책도 읽었다가 음악을 들으며 낮이 되어서야 거제에 도착했다. 터미널 밖으로 나오니 살짝 차가운 바닷바람이 따스한 햇살에 실려 뺨에 닿았다. 괜시리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이 짧은 일정 역시 여행이랍시고. 버스에.. 더보기 아무 것도 아닌 아무 것도 아닌데 아득하게 떠오르는 몇몇 순간들이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에 다녔는데, 같은 반인 적도 몇 번 있었는데, 친해진 적은 없던 너와 마주했던 몇몇 순간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되지 않아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암이나 백혈병 같은 흔한 이름의 병은 아니었다. 너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내내 아픈 사람 같진 않았다. 튼튼해보였다. 아마 병은 나중에서야 네 젊고 튼튼한 몸을 집어 삼켰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갑작스러웠다. 고작 스무해 조금 넘겼을 뿐이었다. 그제서야 몇몇 순간들이 눈 앞에 드리웠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장 조례를 하던 중 눈이 마주쳐 어색한 듯 먼저 인사하던 너의 미소. 중학교 시절 남자아이들과 장난을 치던 너의 몸짓. 고등학교 시절 횡단.. 더보기 와인 마시며 이런 저런 생각 지난주엔 유독 술자리가 잦았다. 월요일 이후 코로나가 2단계로 격상된다는 소식에 월요일부터 술을 거나하게 마셨는데도 왜인지 수요일, 금요일, 토요일까지 술과 대면하는 날이 연달아 이어졌다. 왜인지 술이 땡기는 한 주였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모든 술자리는 일찍 시작해 빨리 끝이 났지만, 어쨌든 술은 술이었고 만남은 만남이었다. 사람'들'하고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하고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의 시간까지 조금 버거워진 시점이었다. 술이 땡겨 주말 약속을 잡아두고 당일 즉흥적으로 술자리를 만들었는데 결국 지칠 수 밖에 없는 일정이었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비교적 가까운 이들과 와인을 곁들여 아주 근사한 식사를 했다. 금요일의 그녀와는 비노쿠스의 Les Athletes du Vin Touraine S.. 더보기 [책이야기] 자유론 마지막. 나에게 깨달음을 준 문장들(2) 제3장. 개별성 -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요소 지난 1~2장에서 밀은 사회가 개인의 자유에 행하는 권력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를 주제로 개인의 생각과 의견은 남을 해치치 않는 한 결코 제한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어떠한 의견이나 주장도 토론을 통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선 진리가 될 수 없다고 한다. 3장에서 밀은 사람의 개별성을 강조한다. 사람의 행동과 의견 모두 다양하고 개별성을 가져야 사회가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개별성 자체가 인간의 본성이며, 그것은 마치 나무와 같이 자라나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각자의 개성을 다양하게 꽃피울 수 있어야 한다. (중략) 각자 고유한 개성이 아니라 전통이나 다른 사람들이 행하는 관습에 따라 행동하게.. 더보기 [책이야기] 자유론 2탄. 나에게 깨달음을 준 문장들(1) 제2장 생각과 토론의 자유 밀은 1장(머리말)에서 시민의 자유, 사회적 자유를 주제로 사회가 개인을 상대로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성질과 한계를 살펴보는 것이 책의 목적이라고 언급한다. 2장(생각과 토론의 자유)은 그런 측면에서 권력은 결코 사람의 생각이나 토론의 자유를 앗아갈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도대체 왜 권력은ㅡ혹은 권력을 지닌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용납하지 못하고, 다른 의견을 억누르고 억압하려고 하는지 설명한다. 인간의 양식을 위해서는 불행한 일이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론상으로는 인정하면서도, 막상 현실 문제에 부딪히면 좀처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p.51~52 그러나 숱한 논리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볼.. 더보기 겨울의 초입, 서촌 떠돌기 마지막 외근 일정이었다. 마침 금요일인데다 오후 일찍 끝날 예정이었다. 가벼운 마음과 발걸음으로 버스에서 내려 인왕산 언덕길을 올랐다. 미팅이 성공적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끝을 내고 서촌이나 헤맬 참이었다. 골목길에 뜬금없이 나무간판이 서있었다. 한옥에다 서재라니. 도무지 지나칠 수 없는 단어의 조합.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골목 안쪽 문을 두들겨 보았으나 차가운 공기만큼이나 차가운 정적만이 있었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아직 저녁을 챙겨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서촌 골목을 돌아다녔다. 통인시장을 옆에 두고 가장 익숙한 길을 올랐다. 올 때마다 낯설어지는 곳. 이번에도 몇몇 가게 빼고는 모두 초면이었다. 구경할 만한 것도 딱히 없어 길을 돌아 내려왔다. 아직 한낮이었는데 공기는 점점 차가워졌다. 손도, 귀.. 더보기 이전 1 2 3 4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