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에서

겨울이 오자

앨바 2014. 12. 3. 14:36

 

 

 무기력도 덜컥 찾아왔다.

 

 고등학교 시절, 겨울이 싫다고 징징대던 그녀가 떠오른다. 왜 그렇게 싫어, 라고 물었던가. 대답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긴 기억할 필요도 없다. 지금의 내가 그 대답이 되어주고 있으니.

 

 겨울이 싫다.

 아니 싫진 않은데, 달갑지도 않다.

 

 이불 속으로 꽁꽁 파묻혀 출근하기가 죽어도 좋을 만큼 싫어지고 이유 없이, 하릴없이 보내는 나날들만 이어져간다. 망할 겨울!

 

 근데 또 이렇게 무기력해져서 멍청멍청 앉아만 있는 건 내가 또 싫어하잖아? 뭐라든 해야지. 병든 닭마냥 꾸벅꾸벅 졸고 있지만은 않을 거다. 안그래도 순식간에 잃어버릴지 모를 12월을, 그렇게 무심히 보낼 수야 없지.

 

 글을 쓰자.

 어차피 내 글이 형편없다는 건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지 않나. 부끄러울 것 없이, 글을 쓰자.

 

 겨울은 겨울의 일이 있듯 나에게도 나의 일이 있을 터. 일을 하고, 실컷 먹고, 글을 쓰자.

 

 

-2014.12.03. 12월 3일째, 위태로와진 엘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