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에서

난생처음 개기월식 - 2011.12.10

앨바 2012. 10. 25. 21:24

지금쯤이면 달이 다 가려졌으려나 싶어 옥상에 올라갔는데
커다란 구름 떼가 빠른 속도로 달을 가로질러 가는 풍광에 순간,
달이 물안개 낀 호수에 빠져 유유히 흘러 가는 줄.

겨우 구름 틈새로 보인 달은
초승달 모양만큼만 오묘히 노랗게,
나머지 부분은 완전히 까맣다기보단 불투명한 필름을 씌워놓은 것마냥 답답해보였다.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을 보려고 옥상에 올라갔던 거였는데,
막상 올라가놓고 보니 서울에서 이렇게 넓은 하늘을 보게 된지가 얼마만인가, 싶은 게
몇 걸음만 떼면 항상 닿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나는 그저 땅만 보고 걷고 있었구나, 느껴지는 거라.

내 머리 위에 바로 하늘과 맞닿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삶의 설레임이란 이 정도면 넉넉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