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씹어먹기
조르바여
앨바
2013. 7. 14. 22:22
Den elpizo tipota.
Den fovumai tipota.
Eimai eleftheros.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에 적힌 말.
그냥 그대로 그를 표현하는 듯한.
「그리스인 조르바」는 굉장히 역동적이고 열정적이며, 육체적인 소설이었다. 신을 존중하지만 섬기지는 않는. 아니, 때로는 유희하는 듯한. 누구나 부끄러워하는 욕구를 그대로 드러낼 줄 알며, 다른 이들은 그걸 부러워하며 또 질투한다.
가장 놀랐던 것은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 즉 조르바는 실존 인물이며 실제로 작가 카잔차키스와 사업을 벌였다는 점. 작가가 크레타섬에서 태어나 그리스인이 아닌 크레타인이라고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았던 것.
어떻게 순간순간을 이렇게나 단순명쾌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던 것은 내가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이며, 아마 작가가 실제 조르바를 보며 느꼈던 감정이었겠지. 나도 스스로를 돌아보며 퍽 부끄러워지던 순간이 많았던 소설이다.
아마 세상은 조르바가 얘기한 그대로일 거다. 타락한 만큼 순수하고, 어질러져 있는 만큼 단순한 곳. 인생이며섭리다.
음식을 먹어야 생각도 할 수 있다고 말하던 그, 가 많이 그리워질 것 같다. 책장을 넘기면 언제나 다시 만날 수 있지만 그 끝은 언제나 이별이겠지.
잘자, 조르바.
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