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에서
확실히
앨바
2014. 11. 11. 17:05
긴 호흡의 문장을 쓰는 게ㅡ원래도 형편 없지만ㅡ더 어려워졌다. 탓하긴 싫지만, 스마트폰 그래, 너 때문이다. 최근 아이폰6 출시에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애플은ㅡ도대체 출시 전부터 계속되던 그 악평들은 다 언제 산산조각이 나고ㅡ나에게는 여전히 shit 같다.
그래서 요즘엔 이런 생각이 스믈스믈 기어나온다. 스마트폰과의 작별.
나는 사람이 나를 얽매는 게 싫다고 단언하면서도 이깟 손바닥 만 한 기계가 손목에서부터 서서히 옭아매고 있음에는 이토록 둔했다.
벗어나고 싶다. 나를 멍청하게 만드는 이 기생충에게서.
그런데 너무 뻔하게도 또 들여다본다, 그 기생충을. 마치 애완동물을 어루만지듯 품어준다.
스마트폰을 벗어나는 데 있어 장애물이 있냐고 한다면 단 한 가지, 인스타그램이다ㅡ의외로?
사진을 올리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곳. 얼굴도,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자극을 받는 곳. 그래, 그게 문제다. 어차피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할 수 있는 친구는 점점 줄어가니까.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가뿐하게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카카오톡도, 페이스북도, 인터넷 모두 다 필요 없으니까.
글을 써야겠다.
매일 말만하고 행하진 않는 문제이기도 한데, 매 일 분마다 인생이 바뀌는 만큼, 그 만큼 더 다짐하면 되겠지.
글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