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나들이야 뭐가 됐건 즐거운 일이지만, 가을의 궁산책은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무려 한 달이 지나서야 올리는 10월의 팀데이. 창덕궁.
아직 춥지도, 더이상 덥지도 않은 딱 좋은 가을의 초반 즈음이었다. 나무는 여전히 무성하고, 아직 단풍도 채들지 않아 기와의 알록달록함이 더욱 생생히 보였던.
마침 중고등학교의 소풍시즌인지 아직 앳된 얼굴의 아이들이 창덕궁 초입부터 시끌벅적하게 몰려 있었지만, '무리'의 재미난 특성은 '큰 길'로만 다닌다는 점이라는 걸, 구석구석 한적한 산책길에서 또 한 번 느꼈지.
생각보다 다들 들떠서는 여기저기 사진 찍으며 신나게 돌아다녔다.
마침 관람시간에 맞춰 인정전 앞에 도착했던지라,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줄을 섰다. 딱 상상했던 것만큼 서늘했던 인정전 내부는 세월의 흔적만큼 낡아 있었고, 약간의 먼지냄새가 풍겼다.
노랑색의 커텐 장식은 우리의 궁과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우러졌고, 창살 무늬의 곡선 때문인지 따스한 느낌을 배로 전달했다.
평일임에도 시간이 없어 후원까지 가보진 못했으나 바깥 마당이나마 구석구석 돌아다녀 보았다.
쨍하니 새파란 하늘.
현재까지 비교적 큰 손실없이 보존이 잘 되어 오고 있는 만큼 덕수궁이나 경복궁에서보다 훨씬 따스한 느낌이었다, 창덕궁은. 아마 가을 효과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소소하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결심 몇 가지 (0) | 2015.05.27 |
---|---|
볼 영화들이 차고 넘쳐나 행복한 고민에 휩싸인 1월 (0) | 2015.01.07 |
잔잔함을 찾으러 갔다 파워트래킹하고 오다 (0) | 2014.09.29 |
watcha 이벤트 당첨 보틀 (0) | 2014.07.14 |
벼르고 벼르던 카메라 구입 (0) | 2014.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