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북적이는 게 싫어 크리스마스엔 되도록 외출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렇게나 추운 날씨에, 게다가 크리스탈 전시회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딱히 보석이 나의 흥미를 자극하는 볼거리는 아니지만 이벤트에 당첨됐고 또, 크리스마스니까. 이렇든 저렇든, 어쨌든 보러 가게 되었다. 스와로브스키展.
칼바람을 맞으며 도착한 그곳은 따뜻한 공기를 품고선 겨울 풍경 속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 아담한 곳이었던지라 전시를 보는 것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반짝거리는 보석들과 그것을 몸에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델, 셀러브리티들의 사진들.
그 커다랗기만 한 크리스탈은 내게 별다른 영감을 주진 못했다. 전시회를 다 보고 나온 뒤 라운지에 가서 스왈로브스키를 착용하고 있는 한예슬의 사진과 영상을 보고 나서야 그 모든 보석과 의상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존재 이유를 망각한 채 내버려진 보석은 아무 의미가 없다.
반짝거리는 것에 대한 인간들의 욕망은 도대체 언제부터 생긴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ㅡ혹여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던 본능인가 싶을 정도로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지나치면ㅡ역설적으로ㅡ인간은 추해지고 역겨워진다.
작은 건물 안을 가득 메운 크리스탈보다 라운지 앞 겨울의 테라스에 눈이 소복소복 쌓인 풍경이 더욱 아름답고 빛났다.
그래도 단순 보석으로서의 의미를 넘어서 하나의 예술 소품이라는 면에서 지금껏 느껴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크리스탈을 바라볼 수 있었다. 어쨌든 반짝이는 것,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인간의 시선과 마음을 끄는 무언가가 있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니까.
백스테이지에서 내 귀에 그 작품을 걸어보고서 잠시나마 황홀함에 젖었던 것에 만족한다.
무진장 춥지만 아름다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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