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골목에서 해운대까지 어언 1시간을 버스투어를 하고, 해가 져서야 겨우 도착. 높다란 건물들이 보이니까 그제서야 여행 왔구나, 실감이 난다.
숙소에다 짐을 풀자마자 당장 꼼장어를 아작내러 출발. 인데 방향을 잘못 든 유경. 하하. 해운대에 던져버린다. 하하. 하면서 떠들다보니 어느새 해운대 끝자락에.
참. 모래사장에 뭔 공사를 하는지 죄다 파놔서는 운치는 좀 덜했지만, 그래도 좋더라. 밤바다.
이것이 그 양념꼼장어의 비주얼. 이렇게 먹어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어찌나 징그럽던지. 꼬물꼬물 에일리언 같았다. 신나서 동영상도 촬영.
하, 그리고 이것이 완성된 꼼장어의 비주얼 + C1 한잔.
볼 때마다 침을 꿀꺽 삼키게 된다. 몇 번을 생각한다. 그 날 밤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고.
지난 봄 이후로 처음 만나 할 얘기는 많았고, 보따리를 풀듯 그렇게 밤을 보냈다. 강렬했던 C1 다음엔 부드러운 좋은데이. 알딸딸해져오는 기운을 물리치고자 좋은 데이를 한 병 더 시켰는데 목 아래로 내려가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다시 밤바다를 옆에 두고 헤롱헤롱 거닐며 어쩌고저쩌고 하다가 우리를 부르는 반짝이는 글씨에 그냥 무작정 돌진. 그렇게 해운대 밤과 음악사이로 난입하였고, 조촐했던 그 곳의 스테이지를 점령하였다. 아. 즐거웠지. 술에다가 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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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그렇게 호락호락 흘렀다.
이윽고 눈부신 햇살의 금요일이 도착했고, 푹 자고도 졸음을 겨우 쫓아낸 나도 그 햇살을 반겼다.
반짝이는 바다를 뒤로 하고 우선 밀면.
예전 부산 여행 때 먹었던 밀면의 맛은 그야말로 경악, 이었기에 이번에도 큰 기대없이 찾았다. 물론 다른 음식점으로. 그런데 웬걸, 너무 맛있는 거라. 만두부터 밀면까지. 그냥 모든 것이 완벽했다. 또 먹고 싶어라T_T
배불리 먹고 해운대 산책하기 전에 씨앗호떡 찾으러 시장으로 향하다.
호떡은 코빼기도 안보이고 어마어마한 생선들만 그득그득. 어제 꼼장어를 그렇게 맛있게 먹은 유경이 징그럽다며 난리를 쳤다. 역시 사람이 제일 무섭다.
해운대 산책로로 향하는 길. 신호를 기다리며 그냥 찍은 이런 사진마저 그 날의 풍경을 그립게 한다. 하늘 쨍한 것 좀 봐T_T
한창 공사 중인 모습. 마침 전날 버스를 타고 부산에 내려오던 유경이 공사 중이던 강의 포크레인을 보곤 두루미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래서 얘 이름 이제 두루미. 걷는 내내 나쁜 두루미 때문에 눈 다 배렸다고 투덜투덜. 근데 이렇게 찍고보니 나름 또 느낌 있는 것 같네.
날씨가 무진장 좋고 따스했던 지라 걷는 내내 아 너무 좋다, 좋다, 아 좋아, 만 반복했다.
결국 테라스가 있는 카페를 찾아와 햇살 가득 머금은 커피를 마시며 유경이 떠나기 전 시간을 야곰야곰 보냈다.
옆 테이블의 외국인들이 데려온 강아지. 털도 거칠거칠해보이고 못생겼다. 그래도 귀여운 구석은 있던 녀석. 유경의 이쁨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중이다.
산책가 풀숲에서 낮잠을 청하고 있던 길냥이. 이런 팔자만큼 부러운 게 또 없지. 나도 내 몸 하나 그곳에 맡기고 눕고 싶었다. 사람이라 슬프다.
시간을 묶어두고 싶었는데 기어코 떠나야 할 시간은 와버려서 아쉬움을 그득 담은 채 못생긴 해운대 산책로를 되돌아가고 있는 유경. 추위도 안탄다나 뭐라나 저렇게 입고 돌아다닌다. 대단해.
그러다 또 만난 고양이. 아까 그 아이의 새끼쯤 될까, 한 느낌으로 작고 귀여웠다. 저러고 고롱고롱. 가서 만져주니 또 얌전히 받아준다. 아아 시간만 있었어도 너와 함께 뒹구는 건데 말이야.
그렇게 해운대역으로 향하는 길에 그렇게 찾아헤맬 때는 없던 씨앗호떡이 뙇 등장! 지글지글. 나는 호떡 자체를 별로 안좋아해서 그런지 씨앗호떡도 그냥 그랬다. 심지어는 먹다가 버리고 싶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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