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부룩하다.
아침에 먹은 밥이 아직도 소화되질 못하고 위에 머물러 있다. 더부룩해서 움직이기도 여간 성가시지가 않다. 일주일 내내 뿌옇던 하늘은 토요일 새벽 비와 함께 바닥으로 내려와 쌓였고, 덕분에 맑고 청아한 주말이 되었다.
어제는 매일매일 어둡고 침침한 방에만 갇혀있던 달이를 데리고 모처럼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바다. 서해바다로.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햇살과 바닷바람, 파도소리, 시끌벅적한 사람들 소리에 위축되던 달은 구석진 곳을 찾기 위해서였는지 모처럼 밟는 바깥 모래가 좋았던 건지 그간 보여주던 모습 중 가장 활발한 산보를 선보였다.
모래사장 뒤켠에 작게 꾸며놓은 공원에서도 홀로 우다다 뛰어다니더니 곧 벤치에 앉아 있는 아주머니 옆에 능청스레 앉는다. 마주친 어린 여자아이에게는 그 서투르고 작은 쓰다듬도 허락해준다.
모처럼 바다에 온 김에 조개구이를 먹고 가려고 테라스가 있는 가게에 앉아 보이는 곳에 차를 세워뒀다. 뒷창문 앞에 앉아서는 혼자 어떤 생각으로 두리번두리번 바다를 바라보던지. 노을도 보았을까. 어지럽게 날으는 갈매기들. 어둑어둑 해가 지고 나서 마구 쏘아올려지는 폭죽소리에 깜짝 놀랐을까.
나는 조개 한 입 소주 한 입 털어넣으며 자꾸자꾸 차를 바라보았다. 그럴 때마다 달의 뾰족한 귀는 이리저리 쫑긋하고 있었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서부터 노곤노곤 해보이던 달은 집에 와서는 부지런히 세수를 하다가도 곯아떨어지곤 했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나도 곧 잠이 들고, 그 오래간만에 맑았던 토요일은 포근하게 끝이 났다.
그리고 오늘, 다시 출근을 하루 앞두고 있는 하루.
지난 주엔 오랜만에 벨라를 만나 이런저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비록 한 달도 더 늦었지만 생일선물도 안겨주었다.
또 지난 주엔 매년 돌아오는 회사 체육대회를 어김없이 맞았고, 여전히 형편없는 몸놀림으로 무사히 끝마쳤드랬다. 회식까지도. 넉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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