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주 토요일,
그 주를 왠지 무의미하게 보냈다는 기분에 반성의 의미로 정한 나만의 문화의 날.
그 첫 목적지인 아크 앤 북에 가던 길,
버스 안에서 구토를 할 뻔한 동행을 부축해 내렸다.
그 김에 오랜만에 예전 동네 맛집이 가고 싶어 덜컥 점심메뉴를 정해버렸다.
동네 맛집치곤 너무나도 유명한 갈스시.
마침 운도 안좋게도 런치 대기에 걸려 조금 기다렸다.
날은 따뜻했지만,
미세먼지는 나쁨. 나쁨. 나쁨.
오랜만에 와도 닷지.
항상 닷지.
오늘의 초밥 정식.
갈스시는 생선회가 비교적 두꺼운 편이라
완벽한 내 취향이라고 할 순 없지만,
뜨끈한 메밀까지 나와
항상 만족스럽다.
그렇게 반가운 정식을 깨끗하게 비운 뒤 다시 원래 목적지로 향했다.
을지로입구 역을 나오자마자 얼마 안돼 이어지는 곳.
ARC N BOOK.
아크 앤 북.
아크앤북은 책과 라이프스타일 샵이 결합된 새로운 유형의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책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리딩테인먼트(Reading+Entertainment)를 주도하는 도심 속 휴식 공간이자,
책을 통한 경험의 공유, 그리고 사람 사이의 연결을 만들어내며 감성과 지성 모두를 아우르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네이버 상세페이지에 있는 설명.
리딩테인먼트를 위한 복합문화공간.
블로그 사진으로만 보던 북 터널.
뒤 조명과 벽이 그다지 낭만 없이 배치되어 있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괜히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생각나기도 했다.
외국서적으로만 빼곡히.
중복되는 책들도 꽤 있었다.
한 쪽 구석에는 각종 화분들로 꾸며놓은 공간이 있었다.
바로 앞에 있는 편집샵 띵굴Thingool 컨셉과 어우러지게.
띵굴 내부 사진은 찍지 않았다.
주방용품, 문구, 옷 등 다양한 아이템이 있었다.
책 터널을 지나 서점 깊숙히 들어오면 정중앙에 자리한 식물학 카페.
책장 사이에 놓인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딘가 낯설다.
커피 맛은 가벼우면서 쌉쌀했다.
아인슈페너로 당 충전까지.
나오기 전에 다른 코너들을 둘러보다 발견한 맥주(?) 코너.
집 안에 서재가 있다면 그대로 가져다두고 싶은 어여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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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서점 투어를 마치고 일전에 올렸던 마르셀 뒤샹 展을 보러 국립현대미술관에 갔다.
2019/01/21 - [세상의 모든 예술] - 국립현대미술관 <마르셀 뒤샹The Essential Duchamp>展 그리고
전시를 보고 다시 광화문을 가로질러 씨네큐브로 향했다.
경복궁 옆 길을 따라 내려오며 붕어빵과 계란빵을 사먹었다.
어느덧 매직아워가 시작된 하늘 아래로
광화문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세종문화회관 사잇길로 주욱 걸었다.
씨네큐브 앞 망치를 든 조형물이 멈춘 채
손바닥 위에 달을 올려놓고 있었다.
예전엔 우리 좀 더 자주 봤었는데, 그치.
실로 오랜만인 공간.
언제나 인적이 드문 로비에서 계단으로 내려오는 길.
명절날 할머니댁을 오는 것처럼 괜시리 반갑고 설레는 마음이 든다.
컬쳐데이의 대망을 장식한 <그린 북Green Book>.
포스터를 보고 언터쳐블을 떠올리지 않은 사람이 없을 거다.
청량한 푸른 색의 포스터 속 기쁜 듯 슬픈 듯
약간 엄숙한 표정의 두 남자는,
너를 괴롭게 하지도, 머리 아프게 하지도 않을 거야,
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골치 아프지 않으면서도
행복하게
잘 만든 영화 한 편 즐길 수 있게 해주겠다, 는.
그렇게 멋진 영화였다.
덕분에 기분좋은 밤.
이렇게 문화의 날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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