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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뜯어보기

위대한 원작 파괴작들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3)

7.4
감독
장철수
출연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손현주, 박혜숙
정보
액션, 드라마, 코미디 | 한국 | 124 분 | 2013-06-05
글쓴이 평점  

 


위대한 개츠비 (2013)

The Great Gatsby 
7.8
감독
바즈 루어만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토비 맥과이어, 캐리 멀리건, 조엘 에저튼, 아일라 피셔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 142 분 | 2013-05-16
글쓴이 평점  

 

 요근래 소설과 만화(웹툰)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와중에, 이 현상은 비단 할리우드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이게 영화 콘텐츠의 결여인지 또 다른 시도인지는 모르겠지만ㅡ우리나라에서도 판을 치고 있었는데 그 사이 뱉어지듯 등장한 것이 <고령화 가족>과 <은밀하게 위대하게>였다.

 나의 손에 헤밍웨이의「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ㅡ비록 중도포기했지만ㅡ를 쥐어주었던 소설「고령화 가족」의 영화화. 게다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박해일 주연이었으니 간만에 괜찮은 영화를 찍었나, 싶어 극장에 갔건만 웬 걸, 초반부에나 비식거리는 웃음이 나오다 마지막엔 허허벌판에 길을 잃은 채로 덩그러니 끝이 났다.

 사실 <고령화 가족>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문제작 <위대한 개츠비>. 바즈 루어만이 만든다는 소식이 1~2년 전쯤부터 들려오던 터라 이미 기대감은 날아간지 오래였고, 과연 얼마나 더 망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채 극장에 앉았다. 아니나 다를까. 오직 파티신을 화려하게 만들고 싶어 개츠비를 선택한 것마냥ㅡ물론 그 파티신마저도 맘에 안들었지만ㅡ영화 내내 장황한 내레이션에, 데이지와 캐러웨이의 미스 캐스팅, 나의 상상을 눈곱만큼도 채워주지 못하는 미쟝센까지. 화만 잔뜩 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글쎄, 원작을 읽고도 새로운 해석이라며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좋게 보는 관객들도 있겠지만, 시야가 좁은건지 난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안 들었다. 디카프리오가 개츠비라는 것만 빼면.

 이렇게 훨훨 불난 집에 부채질한 작품도 등장했으니, 그게 바로 <은밀하게 위대하게>다. 사실 이미 유명해진 웹툰이었음에도 미루고 미루다 영화 개봉 며칠 전에서야 겨우 보았다. 웹툰 '은위'는 재미있지만 유치했고, 어설프지만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그 유치함과 어설픔은 웹툰이라는 장르 특성상 관대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작은 단점이었다. 그런데 이 웹툰을 그대로 스크린에 담아놨으니, 영화가 웹툰화되지 않는 이상 손발이 오글거리고 비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감독님께 묻고 싶었다. '영화화'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냐고. 게다가 극장은 김수현의 영상 팬미팅인 것마냥 중간중각 꺅꺅대며 새소리를 내는 여성들 덕분에 분위기도 아주 화(火)기애애했다.

 

 그래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왜 우리나라 영화계를 먹여살릴 콘텐츠는 정작 영화하는 사람들 머리에서는 나오지 않는가. 언제까지 작가와 만화가에게 '이야기'를 빌려올 것인가.

 사실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만화가, 웹툰이 영화화된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보통 원작의 팬들은 걱정부터 한다. '아무리 날고 기어도 원작은 뛰어넘을 수 없다' 가 공식화 돼버렸기 때문이다. 꾸준히 스테디셀러였던 소설도 영화화가 되어 망쳐지고 나서 굳건히 지켰던 자리에서도 쫓겨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창작보다 원작을 리메이크 하는 경우가 훨씬 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영화화를 시도하는 감독들이 원작을 재해석해서 관객이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일지라도 마치 처음 보는 듯 짜릿함을 주는 영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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