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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졸업

 

6년 간의 기나긴 대학생활이 공식적으로 끝이 났다.

한 주를 넘어오니 이제서야 조금 실감이 난다.

다시는 지루한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일도,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을 만나 소주잔 부딪칠 일도

없겠구나.

 

아쉬운 것 투성이다.

시원한 것은 모르겠고, 마냥 섭섭하기만 하다.

학생 때부터 나는 학생인 게 좋았고, 영원히 학생이고 싶었다.

 

뭐든 서투르고 낯을 많이 가리던 스무살 때의 나.

쿱과 콕은 얻은, 그치만 공부는 뒷전에다 술만 진탕 마셨던 스물하나.

내 인생 최고의 경험, 유럽여행을 다녀온 스물둘.

아마 스물둘과 스물셋, 그러니까 2009년과 2010년이 내 20대 초중반의 황금기였다.

반짝반짝 빛이 났던 그 때.

영화예술학과와 남자친구 그리고 부산, 스물셋.

4학년 한 학기를 보내고 연애에 빠졌던 스물넷.

극도로 심한 우울증과 잃어버린 것들로 가득찬 최악의 해, 스물다섯.

그래도 전주는 나를 달래준 힐링 도시였다.

 

그리고 시작부터 삐끗대고 있지만 쓰러지지 않는 불굴의 스물 여섯이 시작되며,

나의 대학생활은 마감했다.

 

공부 더 열심히 할 걸.

책 많이 읽을 걸.

그 때, 용기를 내볼 걸.

그 때, 그러지 말 걸.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볼 걸.

 

수많은 후회와 회의가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래도 아직 젊다. 젊디 젊다.

가진 거라곤 젊음뿐이다.

그러니 더 이상 우울해하지도, 절망에 빠져있지도 말고

움직이자.

어디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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