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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씹어먹기

지명수배 -2010.02.25

Anonymous, 작자 미상의 이름 없는 책, The Book With No Name.

 

수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작가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게다가 지금같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판을 치는 시기에는 어쩌면 더욱더 욕심이 나는 작품이겠지. 나라도 찾고 싶다. 그래도 영화화된다면 역시 감독은 타란티노. 적임자는 그뿐이다.

다소 유치해질 수 있는 소재와 캐릭터들로ㅡ원래가 그렇다, 책이 영화스럽다는 건 좋게 말해 박진감 넘치는 거고 나쁘게 말해 유치하단 뜻이다. 그래서 보다 수준 높고 격조있는 영화를 위해 많은 감독들이 책을 원작으로 안전한 도박을 하는 것이다ㅡ이렇게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넘치는 활자들을 찍어낼 수 있다니, 어쩌면 이 작가, 그들에게 영혼을 판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또 이 책의 작가는 영화 감독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언젠가 비밀리의 작업 끝에 당당하게 극장에 내걸기 전에 아이디어가 소멸되지 않도록 필름이 아닌 종이에 찍어 놓았다던가. 제작비를 모으기 위해 책으로 먼저 돈벌이를 시작했다던가.

다 추측일 뿐이지만, 전혀 가능성 없는 얘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작가가 누구이건 난 별로 상관 없으니까.

나는 그저 평범한 독자이니까 책을 읽고 그저 즐기면 된다. 이렇게 짧게나마 감상평이라는 것도 남기고, 뒤에 벌어질 일따위는 내가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는 숨겨진 마을에서 일어나는 미스테리한 이야기. 일식과 킬러, 영웅, 난잡한 코스프레 파티와 서로 죽고 죽이는 난장판. 언데드.

아무튼 누구나가 매혹적으로 느낄 만한 요소가 다 들어있다. 진수성찬.

과연 이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릴 자는 누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