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이야기

2018년 겨울, 제주 셋째날(광치기해변, 맛나식당, 위미리 동백군락지, 이중섭거리, 올레시장)

셋째날의 컨셉은 확실했다.

일출에서 일몰까지.

 

해가 뜨고 지기까지 딱 10시간의 차이가 있는

겨울에만 가능한 일정.

 

 

일출을 보기 위한 장소는 제주 동쪽 끝, 광치기 해변이었다.

성산일출봉은 수학여행 때 이미 경험한 바,

더 흥미가 가지 않는 곳이 되었고

 

찾다보니 바로 근처 광치기해변이 예쁘다 하여

이곳에서 일출을 보기로 하였다.

 

7시쯤 숙소에서 나와 5분만에 도착한 해변.

아직 어스름이 져 있어 오징어배의 빛도 보인다.

 

 

날이 밝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웠던 해변.

성산일출봉 아래 녹색 이끼가 낀 용암 지질이 마구 놓여있다.

 

 

검은 모래.

 

 

그렇게 기분 좋게 찬 바람을 맞고 있으려니

어느새 주변이 환해졌다.

 

망.

일출은 실패.

하늘에 낀 구름이 해를 다 가려버렸다.

 

 

아쉬움에 모래만 뒤적뒤적.

 

 

밝아오니 녹색 이끼와 맑은 바다가 더욱 잘 보였다.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광치기 해변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모네의 작품처럼 물들어가던 하늘.

태양이 비추는 곳만 붉게 물들어 장관이었다.

 

 

아쉽지만 한 장.

 

 

사실 사진에 반의 반도 담기지 않는 아름다운 하늘 덕에

일출을 못본 아쉬움은 금세 털어져 나갔다.

 

너무 예쁘다, 너무 예뻐,

라는 말만 반복.

 

 

일출을 계획했을 때부터 조식 식당으로 당첨되었던 맛나식당.

유명한 갈치조림 맛집인데,

8시 30분부터 영업이라 하여 일출보고 가기 딱인 집이다.

 

 

난생 처음 오픈시간에 번호표 받기.

7시 55분에 가게 앞에 도착해 서성거리고 있으려니

드르륵 열리는 가게 문 사이로 나온 팔이 3이라고 적힌 번호표를 건네주었다.

 

영업 30분 전에 3번이라니.

 

 

 

차에서 대기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다시 가던 길.

태양이 빼꼼히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급하게 줌해서 찍느라 화질은 엉망이지만,

으아아, 하고 반가움에 소리를 질렀다.

 

 

정신이 말똥말똥해져 옴과 동시에 배고픔도 또렷해질 무렵

맛나식당 입성.

 

 

음식 차리는 순서도 헷갈리지 않게

번호표 순서대로 자리를 안내해주셨다.

 

우리 옆자리엔 대기표 2번을 받은 모자가 있었는데,

7시 10분쯤 아드님을 시켜 받아오셨다고 했다.

 

 

드디어 그 정체를 드러낸 갈치조림.

뭔가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갓 나온 갈치조림이라서 더욱 맛깔나보였다.

 

넓고 동그란 그릇에 푸짐하게 쌓여올려진 갈치에서 모락모락 김이 났다.

 

맛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양념맛도 달고 칼칼하니 맛있었지만,

 

싱싱하고 품질좋은 갈치에서 나오는

특유의 고소한 생선살맛이 일품이었다.

 

-

 

숙소에서 잠시 잠을 충전하고 다시 동쪽으로 떠났다.

 

 

겨울엔 역시 동백꽃.

요즘 가장 핫하다는ㅡ배경에 사람만 봐도 알 수 있듯ㅡ위미리 동백군락지로 갔다.

입장료는 3천 원으로 현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해를 가렸던 그 많은 구름은 다 어디 숨었는지

어느새 새파란 하늘이 뿅 하고 나타났다.

 

 

파란 하늘 아래 빨간 동백꽃 나무들이 줄지어 있었다.

동백군락지는 상상보다 훨씬 크고 넓었다.

덕분에 사람이 많아도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동백군락지 맞춤형 패션.

빨간 니트모자와 핑크색 패딩.

 

 

 이 따사로운 햇살에

동쪽으로 가던 길, 이중섭 거리에 들리기로 했다.

 

파란 하늘과 이중섭 거리 시작을 알리는 ㅈㅜㅇ서ㅂ 조형물.

 

 

몇 번의 제주도 방문에도 한 번 오지 않았던 곳인데,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은걸까.

 

관광객이 매우 드물었다.

 

언덕길 중앙 조금 안되어 놓인 동상.

이중섭이 자주 그렸던 소의 모습을 닮았다.

 

 

실제 이중섭이 살았던 생가.

현재도 거주 중인 분이 있다고 했다.

 

 

실제 이중섭이 지내던 단칸방.

매우 작고 허름했다.

 

제주도에서 6개월 남짓 지냈다고 했는데,

그는 무얼 느끼고 갔을까.

 

 

집 앞 소박한 마당에 놓인 귀여운 정자.

월요일이라 이중섭 미술관은 휴관이었다.

 

다음에 오면 한 번 들러봐야지.

 

 

이중섭 거리에는 아담한 기념품 가게가 많았다.

작은 소품들이 아기자기 귀엽게도 놓여있었다.

 

 

몇 년전부터 바다를 담은 듯한 향초가 유행이라고 했는데,

드디어 실물을 보았다.

 

마침 창으로 햇살이 비쳐 영롱하니 예뻤다.

 

 

세일 중이던 드림캐쳐, 지만

동남아에서 파는 값보다 훨씬 비싸다.

 

 

가게들의 모습이 정겨우면서도 각기 다른 모양으로 개성이 있었다.

 

 

이중섭 거리를 쭈욱 끝까지 오르다보면 올레시장으로 연결된다.

마침 출출하던 터에 구경 겸 간식거리를 살 겸 들어갔다.

 

 

생각보다 먹을 게 많진 않았고,

게살로 만든 그라탕, 어묵꼬치 등을 팔길래 모듬꼬치를 하나 사 먹었다.

 

 

상큼하고 달달하던 한라봉주스와 함께.

생각보다 볼 건 없어서 금세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