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뜯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The Village 나는 수학을 좋아했고, 오직 그 이유 때문에 이과생이 되었다. 열 여덟 여름의 한 때에는 오로지 미적분에 빠져 새벽 3-4시까지 문제집을 들췄으며, 그 때의 여파로 무시무시했던 대학교 공업수학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아직도.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도 꽤 수학적인 인간이 되어 있다. 수학자들은 자신을 제외한 양의 약수의 합으로 표현되는 양의 정수를 완전수라고 표현했으며, 더 이상 떨어지거나 덧붙여질 것 없는 공식이나 그래프를 '아릅답다'고 칭송했다. 그렇지, 수학자들이란 마냥 변태나 다름없다. 나의 수학적 성향은 때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도 발휘되는데, 이를 테면ㅡ추리물이라곤 손톱에도 안대는 내가 영국드라마 셜록에 빠져선 허우적대면서도 한 회의 초반부터 나오는 모든 증거들을 손 안에 쥐고.. 더보기 Little Miss Sunshine 사실 나는 '가족' 영화에 약하다. 특히나 꽤나 엉망진창인 가족, 말이다. 이유는 글쎄, 아마 내가 반듯한, 평화로운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기 때문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그런 고로 안나 카레니나의 맨 첫 문장, "All happy families are alike; each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은 단숨에 나를 사로잡았다. 웃긴 건 나는 이 문구를 고슴도치의 우아함이라는 책에서 알게 되었는데 정작 안나 카레니나는 한 번 시도 후 처참히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영화로 돌아와서 아마 리틀 미스 선샤인은 관객 누구든 기분 좋게 할 만한 영화, 라고 생각한다. 마침 요즘 상영 중인 처럼. 굳이 비교하자면 리틀 미스 선샤인이 훨씬 훌륭해, 라고 말하고 .. 더보기 There will be blood 리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끝장나는 간지에 경의를 표해본다. 오, 아멘. 그리고, PTA. 마스터로 2013년 여름, 나에게 빅엿을 선사하신 바로 그 분. 아 또 마스터를 보고, 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목구멍이 칼칼해져온다. 데어윌비블러드는 내가 접한 PTA의 세 번째 작품이며, 이번 리뷰ㅡPTA특집ㅡ를 완성하기 위한 중간 계단에 위치해있는 영화이다. 부기나이트-데어윌비블러드-마스터 순으로 차곡차곡 쌓아가려고 했던 게 원래 의도인데, 부기나이트부터 깽판을 치기 시작해 점차 땅 속으로 깊숙히 삽질하고 있다. 그리고 데어윌비블러드는 또한 부기나이트ㅡ별로, 마스터ㅡ우웩, 사이에 위치한 어찌보면 나에겐 산 정상,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그의 나머지 작품들ㅡ예를 들면 매그놀리아 등을.. 더보기 Boogie Nights PTA가 내 나이즈음에 찍은 영화. 그리고 주연인 마크 월버그부터 줄리안 무어, 아이언맨의 흑형친구,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까지. 별들의 잔치, 라고 부를 만큼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 부기나이트. 마스터로 나의 치를 떨게 했던 PTA의 두 번째 장편영화라고 해서 어찌나 겁을 한가득 먹었었는지 모른다. 게다가 90년대의 촌스럽고ㅡ결코 개인만의 생각ㅡ엉성한 영상미로 2시간 반을 버텨야 하다니. 두렵기 그지 없었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는 이 영화 덕분에 PTA의 안티로 확고히 굳혀질 뻔했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부기나이트가 나에게 기분 좋은 영감을 주지 못한 이유. 첫째, 블루레이를 돌리기엔 너무 노쇠한 6살짜리 삼성 노트북. 비교적 깨끗한 화질의 블루레이는 중간중간 싱크를 놓치며 사경을 헤맸고, 결.. 더보기 Paranoid Park 카메라는 파라노이드 파크의 보더들을 묵묵히 바라보며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있는다. 그 의미모를 장면들은 태초에 파라노이드 파크가 있었다, 라고 말하는 듯하다. 미모의 소년은 엘리펀트의 소년과 동명인 알렉스이다. 뽀오얀 화면과 그 안을 돌아다니는 미소년들, 영화 전반의 프레임 역시 엘리펀트와 무척 유사하단 느낌이 들었다. 아직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되어야 할 소년들이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른다는 포인트 역시도. 엘리펀트에서나 파라노이드 파크에서나 어른들은 언제나 무능력하고, 무기력하다. 소년소녀들에 비해 딱히 성숙하지 않으며 그들을 올바른 길로 선도해줄 만한 위인이ㅡ전혀ㅡ되지 못한다. 어쨌든, 영화는 소년의 조금은 특별한 성장기를 다룬다. 친구로 인해 '아직 자신이 놀 만한 곳이 아닌 것 같은' 파라노.. 더보기 Elephant 나에게 구스 반 산트는 이제 꽤 미스테릭한 감독으로 자리매김ㅡ이런 표현이 허용된다면ㅡ했다. 굿 윌 헌팅, 라스트 데이즈, 사랑해 파리, 레스트리스, 그리고 엘리펀트까지. 내가 비연속적으로 접한 그의 영화들은 대체로 제각각이다. 어쩌면 그가 이렇게 오랫동안 영화를 하면서 꾸준히 좋은 필모를 유지해온 것도 다 그의 영화가 품고 있는 다양성 덕이 아닌가 싶다. 개봉 당시 이 영화를 접했다면 나는 단연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을 것이다. 2004년.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점.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를 말이다. 어쩌면 다행인 결과라 할 수도 있겠다. 한창 자아와의 전쟁을 치루고 있던 내게 이토록 자극적인 영화는 없었을 테니까.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 엘리펀트는 .. 더보기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홍상수(감독느님)를 처음 접한 게 2010년. 사귄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남자와 함께 보았드랬다. 그리고 볕 좋은 가을날 기분좋은 산책을 마치고 난, 다소 들뜬 마음으로 티켓을 산 그 순간이 내 인생을 통틀어서도 꽤 중요한 순간으로 기록될 거다. 을 아무 정보없이, 그저 제목에 끌려서 스크린에 마주하게 된 그 순간만큼이나. 그 이후로 지금까지, 4년 동안 나오는 그의 영화를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차곡차곡 내 안에 쌓고 있다. 홍상수라는 서랍 안에. 그러다 보니, 정작 그 전에 만든, 그러니까 옥희가 나오기 전에 그가 만든 무수히 많은 생생한 캐릭터들을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과 을 빼고는. 영화는 구경남이 심사 일 때문에 제천에 내려갔다가 오해를 받아 쫓겨나고, 다시 제주도에 초대를 받아 갔다.. 더보기 千と千尋の神隠し,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나의 우울증이 끝나기 무섭게 찾아온 끔찍한 사건 때문에 마음이 폭삭 가라앉아 버린 채, 이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이 영화를 선택한, 치히로를 닮은 carax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적어도 나는 위로받을 수 있었다, 그녀에게. 치히로가 원래 세계로 되돌아감과 동시에 나에게도 암전과 현실이 덜컥 다가오는데 그 순간이 너무너무 싫더라. (이 아름다운 장면을 바라보는데, 어찌나 서럽던지. 자연은 아름다운 만큼 무서운 존재다.) 워낙 유명한 작품인데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다 보니 여러 번 보기도 했고, 그래서인가 꽤 잘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하고 있었드랬다. 본질적인 의미를 꿰뚫어보지도 못한 채. 나는 늘 그런 식으로 영화를 바라왔던 것 같다, 여지껏. 이 작품의 세계관은 내게 영원한 미스테리.. 더보기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