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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뜯어보기

Little Miss Sunshine

사실 나는 '가족' 영화에 약하다. 특히나 꽤나 엉망진창인 가족, 말이다.

이유는 글쎄, 아마 내가 반듯한, 평화로운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기 때문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그런 고로

안나 카레니나의 맨 첫 문장,

"All happy families are alike; each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은 단숨에 나를 사로잡았다.

웃긴 건 나는 이 문구를 고슴도치의 우아함이라는 책에서 알게 되었는데 정작 안나 카레니나는 한 번 시도 후 처참히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영화로 돌아와서

아마 리틀 미스 선샤인은 관객 누구든 기분 좋게 할 만한 영화, 라고 생각한다. 마침 요즘 상영 중인 <비긴 어게인>처럼. 굳이 비교하자면 리틀 미스 선샤인이 훨씬 훌륭해, 라고 말하고 싶지만, 뭐.

 

 

게다가 어려울 것도 없다. 굳이 머리 굴리며 해석해야 될 필요도 없고.

 

아마 누구나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알 수 있을 게다.

그 이야기라는게 너무 착해서 뻔해질 수도 있는 마당에 아주 유쾌하게, 촌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전달했다는 것 자체가 박수 쳐 줄 일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배우는 배우다>라는 영화를 보며 왜 이렇게 시나리오를 '쉽게' 썼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뻔하게, 왜 이렇게 작위적으로.

 

흰 종이 위에 멋드러지게 휘갈겨놓은 이야기가 영상이 되었을 때 마치 내 모습을 뚱뚱하게, 때론 홀쭉하게 왜곡시켜버리는 거울 마냥 못나진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경험해본 적도 있으므로.

 

어쩌면 가장 쉬운 이야기일수록

온전히 전달되기 어려운 모양이다.

어떠한 기교를 부린들 더욱 촌스러워지기 마련이니까.

 

carax의 리뷰처럼 이 영화는 어쩌면 처음부터 끝까지 뻔하고, 예측 가능하다.

그런데 그 이야기 속에 담긴 무수히 많은 요소들이 마치 에브리데이 펔킹 칰힌 마냥 누구든 알기 쉽고, 접하기 쉽고, 이해하기 쉽지만 또 그만큼 직관적인 역할을 하며 완벽하게 자리 잡는다.

이전에 풀무원인가, 뭐였던가, 광고 속 '가장 완벽한 음식은 더 이상 뺄 게 없는 음식이다.' 라는 카피가 떠오른다.

물론, 리틀 미스 선샤인이 '완벽'한 영화라는 뜻은 아니다.

그저, 안어울리는 듯 조화로운 각각의 매력적인 식재료들을 한 데 모아놓고 아주 완벽한 양의ㅡ적으면 아쉽고, 많으면 오히려 식감을 해치는ㅡ머스터드로 맛깔나게 마무리한 샐러드 같은 영화, 랄까.

 

그렇다, 그저 사랑스러운 영화다.

 

올리브의 귀여움만으로도 눈물이 울컥, 하고 터질 것만 같다. 아마 이 감독들은 사람을 꽤나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캐릭터 하나하나 사랑스러움을 저렇게 듬뿍 담아낼 수가 없다. 겨울이 오기까지 기다리며 손수 짠 목도리처럼 정성이 그득그득 꼬아져있다.

 

이 밖에도 나에게 폴 다노를 알리고, 그에게 반하게 한 점.

스티브 커렐의 색다른 면ㅡ잘생김과 섹시함.

야한 얘기를 늘어놓거나 불평불만만 내뱉던 할아버지가 가면을 벗고 한순간 너무 예쁘게 짓던 그 미소까지.

 

도무지 나로 하여금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영화.

 

 

너무 짧고, 영화에 대한 고뇌는 전혀 담겨 있지 않지만, 앞으로도 사랑하리라 맹세하며

짧은 러브레터는 여기에서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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