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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뜯어보기

There will be blood

리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끝장나는 간지에 경의를 표해본다. 오, 아멘.

 

그리고, PTA.

마스터로 2013년 여름, 나에게 빅엿을 선사하신 바로 그 분.

아 또 마스터를 보고, 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목구멍이 칼칼해져온다.

 

데어윌비블러드는

내가 접한 PTA의 세 번째 작품이며,

이번 리뷰ㅡPTA특집ㅡ를 완성하기 위한 중간 계단에 위치해있는 영화이다.

 

부기나이트-데어윌비블러드-마스터 순으로 차곡차곡 쌓아가려고 했던 게 원래 의도인데,

부기나이트부터 깽판을 치기 시작해 점차 땅 속으로 깊숙히 삽질하고 있다.

 

그리고 데어윌비블러드는 또한

부기나이트ㅡ별로, 마스터ㅡ우웩, 사이에 위치한

어찌보면 나에겐 산 정상,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그의 나머지 작품들ㅡ예를 들면 매그놀리아 등을 본다면 또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리고 왠지 이번 리뷰도 순식간에 후르륵 지나가버릴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지.)

 

 

영화는 19세기와 20세기를 가로지르며, 당시 미국의 석유산업에서 성공을 거둔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늘 성공을 꿈꾸던 남자, 다니엘 플레인뷰는 우연찮게 발밑에 시커먼 기름을 가득 품고 있는 황무지를 발견하고, 자신의 사업 파트너인 아들, HW와 함께 그 곳에 정착한다.

이 때 마을의 코딱지만한ㅡ사이비ㅡ교회의 목사인 일라이가 등장하게 된다. 이 인물이 아마도 영화를 통틀어 그에게 다가오는 가장 큰 위협이자 갈등요소가 된다.

 

영화는 시종일관 어둡고 음산하고 끈적끈적한 기름 냄새를 풍기면서 흘러간다.

그저 돈을 위해,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는 '미국' 그 자체를 말하는 듯하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부기나이트와 이런 식으로 연결이 되는 구나, 싶다. 자본주의. 돈의 노예.

 

일라이 역시 신앙이라는 이름의 가면 뒤에는 돈을 향한 욕망이 진득하게 담겨져 있다. 그 추악한 모습은 신이 아닌 오히려 악마를 닮았다.

사실 유명한 사람이라곤 다니엘 데이 루이스 정도 나오는 줄 알았지. 폴 다노가 나올 거라곤 상상도 못하고 있던 차, 1인 2역으로 등장하는 그 덕분에 영화 보는 게 그렇게 퍽퍽하지만은 않았다.

게다가 기럭지마저 훌륭한 두 배우가 거니는 자태에 흠뻑 빠졌지.

 

아무튼

자신이 부(富)를 이룸에 있어 방해가 되는 자는 다니엘에겐 모두 '적'이다.

그래서 일라이가 가장 큰 장애물로 등장하는 것이다. 돈에 대한 욕망이 가장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는 자.

 

PTA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헤칠 정도로 돈에 미쳐버린, 욕망의 노예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구나, 라는 결말에 다다르다가 문득 마스터가 떠오른다. ...젠장.

어찌됐건, 그는 그런 인간이 얼마나 외롭게, 고독하게 죽어가는 지를 묘사한다. 다니엘 플레인뷰를 통해.

그의 외로움과 고독은 '가족'에 대한 그에 집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친자식도 아닌데 어찌하다 품어온 HW가 귀머거리가 되고, 마침 친동생이라고 주장하는 낯선 이가 찾아오자 다니엘은 HW를 버리고 당장 친동생을 사업 파트너 자리에 앉힌다.

그리고 그가 친동생이 아님을 알자 한순간에 그에게 방아쇠를 당기고, 본 적도 없는 '진짜' 동생의 죽음을 전해듣곤 꺼이꺼이 애도한다.

 

아, 쓰다보니 플레인뷰가 너무 안쓰러워서 가슴이 다 저려온다.

 

다시 HW를 되찾아와 자신의 옆구리에 끼워놓은 그는 한층 더 방어적인, 동시에 탐욕적인 사람이 된다. 그 결과 그렇게 바라던 것처럼 막대한 부를 이루게 되고, 어느 정도 돈을 벌고 어딘가로 떠나 푹 쉬고 싶다던 그는 혼자 살기엔 버거울 정도로 넓은 저택에서도 버릇처럼 늘 바닥에서 잠을 청하며 남은 여생을 보낸다.

 

친자식도 아니었던 HW에게 버림을 받고ㅡ다니엘에게 자신의 부를 위협하는 자는 모두 적이다, 그것이 자신이 한 때는 사랑으로 키웠던 아들일지라도ㅡ아무도 남지 않은 집에서 홀로.

 

그러다 원수같은 일라이가 돈 문제로 찾아오게 되고, 다니엘은 다시 한 번 그에게 복수할 기회를 갖는다. 그 때의 치욕을 갚기 위해. 그리고 여기서 바로 그 밀크쉐이크 명장면이 등장하게 되지.

 

다니엘이 마지막, 일라이에게 퍼부은 폭력과 살인은 어찌보면 그의 인생에 대한 회고록인 듯하다.

 

I'm finished.

 

PS. 생각해보니 영화 제목이 그 자체로 스포일러네. 대단한 감독이다. 증말.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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