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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뜯어보기

Paranoid Park

 

 

 

카메라는 파라노이드 파크의 보더들을 묵묵히 바라보며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있는다.

 

 

그 의미모를 장면들은

태초에 파라노이드 파크가 있었다,

라고 말하는 듯하다.

 

 

미모의 소년은 엘리펀트의 소년과 동명인 알렉스이다.

뽀오얀 화면과 그 안을 돌아다니는 미소년들, 영화 전반의 프레임 역시 엘리펀트와 무척 유사하단 느낌이 들었다.

아직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되어야 할 소년들이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른다는 포인트 역시도.

 

 

엘리펀트에서나 파라노이드 파크에서나 어른들은 언제나 무능력하고, 무기력하다.

소년소녀들에 비해 딱히 성숙하지 않으며 그들을 올바른 길로 선도해줄 만한 위인이ㅡ전혀ㅡ되지 못한다.

 

어쨌든, 영화는 소년의 조금은 특별한 성장기를 다룬다.

 

친구로 인해 '아직 자신이 놀 만한 곳이 아닌 것 같은' 파라노이드 파크에 첫발을 딛은 알렉스는 그 매력에 이끌려 늦은 밤 홀로 다시 그 곳을 찾는다.

 

그 곳에서 만난 낯선 남자는 자신과 함께 화물 기차를 타러 가자는 제안을 한다.

 

 

영화에는 시종일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쏟아져나온다.

그런데도 하나도 거슬리지 않았지.

 

 

마찬가지로 시간 역시 뒤죽박죽 앞뒤를 오간다.

사건은 명확하고, 알렉스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겠다는 추측은 점점 확고해지지만,

그로 인해 무얼 얘기하고자 하는지는 마지막까지 알 수 없다.

 

 

영화의 줄거리를 다시금 시간에 맞춰 정렬한다면,

알렉스는 파라노이드 파크에서 만난 한 부랑자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화물 기차를 탄다.

그들을 발견하고 쫓아왔던 경비원은 알렉스의 보드에 맞아 옆 열차에 깔려 몸이 두 동강나고, 그와 눈이 마주친 알렉스는 즉시 현장에서 도망친다.

 

죄책감을 안고ㅡ그러나 자수하지 않고 그것을 비밀로 안고 가기로 마음먹은 알렉스는 형사와 몇 번의 만남에서 어떤 게 최선의 선택인가를 고민하지만, 결국 친구의 제안에 편지를 쓰기로 마음 먹는다.

 

 

영화를 보고 난 뒤, 한참을 멍하니 '좆됐다'는 생각으로 있다가

곰곰히 씹고 씹어 나만의 해설을 찾았다.

 

 

그 내용이 너무도 허접하고 간단해 서론만 길게 적었다.

 

 

태초에 파라노이드 파크가 있었다.

 

 

에덴 동산의 아담과 이브는 뱀에게 선악과를 받아 먹게 되고, 결국은 신의 벌을 받아 순수함을 잃고 쫓겨나게 된다.

그리고 원죄를 지닌 인간이 되었지.

 

 

알렉스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서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

호기심 많고 천진난만하던 어린 소년은 더이상 어디에도 없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더라도 결과적으로 그는 선악과를 따먹었고, 동정과 함께 순수함을 잃었다.

 

물론 범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비밀을, 숨기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오롯이 완전해진다.

 

편지를 쓰고, 불태웠다. 소년도 함께.

그렇게 타락했다.

 

그래, 우리는 모두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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