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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뜯어보기

Boogie Nights

PTA가 내 나이즈음에 찍은 영화.

그리고 주연인 마크 월버그부터 줄리안 무어, 아이언맨의 흑형친구,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까지. 별들의 잔치, 라고 부를 만큼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

 

부기나이트.

 

마스터로 나의 치를 떨게 했던 PTA의 두 번째 장편영화라고 해서 어찌나 겁을 한가득 먹었었는지 모른다. 게다가 90년대의 촌스럽고ㅡ결코 개인만의 생각ㅡ엉성한 영상미로 2시간 반을 버텨야 하다니. 두렵기 그지 없었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는 이 영화 덕분에 PTA의 안티로 확고히 굳혀질 뻔했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부기나이트가 나에게 기분 좋은 영감을 주지 못한 이유.

 

첫째, 블루레이를 돌리기엔 너무 노쇠한  6살짜리 삼성 노트북.

비교적 깨끗한 화질의 블루레이는 중간중간 싱크를 놓치며 사경을 헤맸고, 결국 대안으로 다운받은 800메가짜리 avi는ㅡ덕분에 고전영화 보는 맛은 살렸지만, 졸기에 딱 좋았다.

 

둘째, 두 번에 걸쳐 나눠 본 죄.

 

셋째, 시대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점.

뭐, 27년 살면서 미국의 70년대 포르노 산업의 흥망성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을리 없잖아.

 

그래도 훌륭한 영화는 시대를 막론하고 통한다고 하지만, 내게 부기나이트는 그 정도로 소름 끼치는 영화는 아니었다.

아쉬울 따름.

 

어쨌든 영화는 기본적으로ㅡ잠시 언급했듯ㅡ미국에서의, 반짝반짝 빛을 내던 70년대 포르노 산업이 80년대 들어 비디오가 시장을 장악하며 후루룩 말아먹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그 때의 라이징 스타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그것'을 가진 에디 아담스가 희생된다. 학교를 중퇴하고 나이트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포르노계의 거장인 감독 잭의 눈에 띄여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에디 아담스, 아니 더크 더글러.

 

어마어마한 크기의 '그것'을 가진 설정은 실제 포르노 배우에게서 따왔다고 한다. 굳이 이러한 설정을 따온 이유가 뭘까, 싶기도 했지만 보다 영화를 쉽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라고 스스로 결론지었다.

 

상징적으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그것'이 흥분했다가ㅡ아마 더 커지겠...ㅡ쪼그라드는 모습 그 자체가 반짝 스타로 주목을 받은 더크의 모습이자 포르노 산업의 모습, 한 단계 더 넘어서 자본주의의 모습을 표현하기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그리고 한참 절정의 순간을 달릴 때에도 그 이면엔 상처입은, 때론 모순적인 그들의 모습 역시 발견할 수 있다. 돈과 마약, 쾌락의 노예로 전락해버린 한 가장의, 어미의, 소년의 모습.

 

모르겠다.

내가 아직 PTA의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엔 너무 멍청한 수준에 위치해 있는 탓일지도.

 

부기나이트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임팩트는

27살에 이 정도 영화는 찍어야 성공하는거야, 라는 실존적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그 어떤 요소보다도ㅡ당연히ㅡ가장 큰 부분이긴 하네.

 

이번 리뷰는 사실 그래서 겁이 났고, 그래서 이렇게 도망쳐본다.

데어윌비블러드는 조금 더 심도 깊게 써볼 수 있기를.

 

나의, 애증ㅡ이지만 아직 애는 부족한ㅡ의 P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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