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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007 2012년 6월 1일

 

전주의 태양은 뜨겁고 바삭거렸다.

내겐 모자도, 양산도, 선글라스도 없었으므로

그냥, 맨몸으로 걸었다.

이미 지친 발은 퉁퉁 부어 있었고,

인적 드문 길가엔 내 발소리만 자박자박 울렸다.

아무도 없는 다른 세계에 들어와버렸나, 덜컥 겁이 날 정도로.

빨강, 노랑, 파랑의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속삭이며

나를 위로했다.

풀벌레 소리가 찌르찌르.

있는 듯 없는 듯 아주 작은 천이 내 옆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뜨거운 숨만 몰아쉬며 그 길의 끝에 다다랐을 때,

나는 정말로 내가 지금껏 살던 세계가 아닌 다른 곳에 와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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