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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씹어먹기

[책이야기] 자유론 마지막. 나에게 깨달음을 준 문장들(2)

제3장. 개별성 -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요소

 지난 1~2장에서 밀은 사회가 개인의 자유에 행하는 권력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를 주제로 개인의 생각과 의견은 남을 해치치 않는 한 결코 제한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어떠한 의견이나 주장도 토론을 통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선 진리가 될 수 없다고 한다.
 3장에서 밀은 사람의 개별성을 강조한다. 사람의 행동과 의견 모두 다양하고 개별성을 가져야 사회가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개별성 자체가 인간의 본성이며, 그것은 마치 나무와 같이 자라나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각자의 개성을 다양하게 꽃피울 수 있어야 한다. (중략) 각자 고유한 개성이 아니라 전통이나 다른 사람들이 행하는 관습에 따라 행동하게 되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든느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자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개별성을 잃게 된다.” -p.125

“인간은 본성상 모형대로 찍어내고 그것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기계가 아니다. 그보다는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내면의 힘에 따라 온 사방으로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려 하는 나무와 같은 존재이다.” -p.130


 기존에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욕망desires과 충동impulses에 대해서도 밀은 개별성을 강조한다. 욕망 자체가 나쁜 것은 결코 아니며, 그보다 “양심conscience’이 약한 것이 문제”라고 얘기한다.
그는 오히려 욕망을 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감정과 에너지라고 설명하며 이를 잘 발전시키고 가꾼다면 사회에 더 좋은 형태로 발휘될 것이라고 말한다.

“강한 충동과 약한 양심 사이에는 어떤 근본적인 인과 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의 욕망과 감정이 다르 사람보다 더 강하고 더 다양하다는 것은, 분명히 말하자면 인간으로서 타고난 자질이 더 풍부하고 따라서 남보다 나쁜 일을 더 많이 할 수도 있지만, 대체로 그보다는 좋은 일을 할 가능성이 더 큰 셈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중략)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 충동을 생생하고 강렬하게 만들 수 있으며, 이런 감수성이 있어야 열정적으로 덕을 추구하고 철저하게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 -p.131


 밀은 동시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그 사람의 이익에 기여하는 것 또한 감정과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다만, 아무런 이익도 되지 않는데 타인이 언짢아 한다는 이유만으로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면 거부감 외에 가치 있는 건 발달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직장생활에 대해 아래 문장에 크게 공감을 했었다. 변하지 않는 상사들로 인해 구성원이 모두 입을 다물기 시작했고, 그저 수긍하고만 있었다. 나는 그들이 바람 빠진 풍선 같다고 생각했다.

“자꾸 묵종하는 버릇이 들면 성격 자체가 단조롭고 둔감해진다. 사람들이 자기 성향대로 마음껏 살기 위해서는 각자 다른 삶을 사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 -p.137


 마찬가지로 직장생활을 하며 크게 느낀 감정을 아래 문장이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나는 때때로ㅡ아니 사실 매번 그들의 일관적이고 단순한 패턴에 불만을 가졌다. 그 패턴이 성공이 담보되어 있거나 혹은 실패하더라도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면 인정했겠으나, 그것이 단지 지금 당장의 안위를 위한 가장 계산적인 결과였기에 그랬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항상 일에 대한 고민이 진중한 척 했으므로 더 악질이었다.


 저 문장을 발견했을 때 나는 자연스레 그들이 떠올랐다. 독창적이지 않아도 아무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 것보다 그냥 매일 위기를 모면하고 무리에서 떨어지지 않아 다행으로 여기는 사람들. 그리고 이해하게 되었다. 아, 모르겠구나. 모르는 거구나. 어쩔 수 없지.

“생각과 행동의 독창성을 칭찬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실제로 그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독창성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사실 독창적이지 못한 사람들로서는 독창성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독창성이 자기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들이 그것을 안다면 독창성이 문제 되지도 않을 것이다.” -p.141


 밀은 19세기 영국에 살면서 21세기 대한민국에 딱 맞아 떨어지는 문장도 적어놓았다. 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에 대해.
사회는 열망하지 않고 묵종하는 자를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표준화했다. 3장의 마지막에 밀은 개별성을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지를 걱정한다. 그러면서 초기에 해당하는 지금 이 병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시대적 경향 때문에 사람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보편적인 행동 규칙을 따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을 따르도록 압력을 가한다. 그 기준이란 무엇인가?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어느 것도 강력하게 열망하지 않는 것이 바로 그 기준이다. 아무런 뚜렷한 성격이 없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다. 남보다 특출나게 두드러지고, 보통 사람이 볼 때 눈에 띄게 이탈하는 듯한 개성은 사정없이 짓눌러 버린다. 마치 중국 여인들의 전족처럼 불구가 되게 만드는 것이다.” -p.148

“이런 모든 이유들이 서로 합쳐져서 개별성에 대해 몹시 적대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개별성을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중략) 그러나 달리 보면, 사람들을 아직 완벽하게 하나로 묶지 못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개별성의 중요성을 환기시킬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다.” -p.156


 

제4장. 사회가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

 밀은 앞서 개인의 생각과 의견의 자유, 행동과 욕망의 개별성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머리말에서 이야기했듯이 사회가 개인에 권력을 어디까지 행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4장에서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각 개인은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그 정당한 한계는 어디인가? 사회의 권한authority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우리 삶에서 개별성에 속하는 부분은 어디까지이고 사회에 속하는 부분은 또 어디까지인가?” -p.161


 앞서 주장해왔던 바와 같이 밀은 개인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심지어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그를 사회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그를 무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허나 그의 행동이 구성원 단 한 명에게라도 해를 끼치거나 규칙을 위반했다면 사회는 이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사람이 우리를 불쾌하게 만들면 우리는 싫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를 불쾌하게 만드는 그 일은 물론이고 그 사람도 멀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일로 그 사람의 삶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모든 벌을 벌써 받고 있다고 또는 받게 되리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그 사람이 일을 잘못 처리해서 이미 자신의 삶을 망치고 있는데, 그러한 잘못을 이유로 그의 삶을 더 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
(중략)
그에게 흥미나 관심을 보임으로써 선의로 간섭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그를 가장 심하게 대하는 것은 그를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규칙을 위반했다면, 그런 경우에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중략) 사회는 모든 구성원들을 보호해야 하므로, 그에게 응징을 가해야 하고 명백한 징계의 표시로 고통을 주어야 하며 그 처벌이 충분히 무겁도록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p.169~170



제5장. 현실 적용

 밀은 이제 앞서 주장한 것들에 대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첫 번째로 상거래를 예로 들어 독약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자유에 대해서 언급한다. 상거래는 어디까지나 사회적 행위에 속하며, 분명한 범죄 행위에 속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반면, 개인이 자신을 노예로 팔아버리는 행위에 대해서 얘기한다. 밀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자유를 버리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한다.

“자유의 원칙이 자유롭지 않을 자유free to not to be free까지 허용하지는 않는다. 자유를 포기할 자유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p.213


 또한 교육에 대해서는 부모가 멋대로 자식 교육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한다. 교육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 “도덕적 범죄”라고 말하며, 이에 대해서는 “국가가 나서서 최대한 그 의무를 준수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가 주도의 교육에 대해서는 또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앞서 사회가 요구하는 획일화된 인간상의 연장선상에서 국가의 일방적인 교육은 다양성을 억압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만일 국가가 국민 교육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을 직접 담당한다면 나는 그 누구 못지않게 반대할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성격의 개별성, 의견과 행동 양식의 다양함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해왔다. 교육의 다양성도 그에 못지 않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국가가 나서서 교육을 일괄 통제하는 것은 사람들을 똑같은 하나의 틀에 맞추어 길러내려는 방편에 불과하다.” -p.219

 



 총 3탄에 걸쳐 자유론을 톺아보았다.
 이미 읽은지 4개월이 지난 터라 다시 문장을 훑는 데 새삼 또 다시 깨달음을 얻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다시 느꼈다. 그리고 또 현실에 찌들어 잊고 있었던 문장도 다시 가슴에 새겨두었다.
 유시민 작가님이 두고두고 다시 읽을 책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일백프로 공감이다. 나 또한 누군가의 자유를 존중하지 못하고 독단적으로 굴거나 단조로와지는 길을 택하고 싶을 때 다시 찾아야지.

 올해는 자유론을 만난 것만으로도 풍족했던 한 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