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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씹어먹기

[책이야기] 자유론 1탄. 밀과의 만남

올 여름,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었다. 왜였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유시민 작가님의 저서 글쓰기 특강에서 추천한 도서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고보니 다시 돌아온 유시민의 알릴레오 북’s 의 첫 번째 책으로 선택되기도 했다.

사실 이 역시 알릴레오 북’s 자유론 1편을 보고 쓰기를 결심한 글이기도 하다. 2편을 보기 전 숙제를 끝낸다는 마음으로 괜히, 그렇게.

알릴레오 북’s에서도 자유론의 목차부터 짚고 갔으니 나도 따라해본다.
자유론은 아래와 같이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머리말
제2장    생각과 토론의 자유
제3장    개별성 -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요소
제4장    사회가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
제5장    현실 적용

머리말에서 밀은 책의 목적과 주제에 대해 먼저 짚는다. ‘의지의 자유’가 아닌 ‘시민의 자유’ 또는 ‘사회적 자유’를 중심 주제로 삼고 ‘사회가 개인을 상대로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성질과 그 한계를 살펴보고자’ 한다고, 앞으로 펼쳐질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예고한다.

실제로 자유론은 그런 책이다. 단순히 추상적이고 아름다운 자유의 허상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살면서 마주하는 온갖 독단의 순간ㅡ심지어 다수가 으레 옳다고 생각하는 무언가에도ㅡ저항할 수 있는 완전한 자유를 옹호한다.

‘가장 소중하고 또 유일하게 자유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 각자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자유이다.
우리의 육체나 정신, 영혼의 건강을 보위하는 최고의 적임자는 누구인가? 그것은 바로 각 개인 자신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자기 식대로 인생을 살아가다 일이 잘못돼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령 그런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게 되면 다르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는 길로 억지로 끌려가는 것보다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인간은 바로 그런 존재이다.’

인간은 바로 그런 존재이다.
여러모로 혼란스러움을 겪고 있던 여름의 나에게 큰 울림이자 위로가 되었던 문장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모두가 다 똑같은 방식으로 일을 대하고 시간을 보내든, 나는 내 식대로 살고 내 식대로 일하겠다,라고 다짐하게 해준 문장.

책을 다 읽고서는 주위에도 몇 번이나 언급하고 다녔다. 꼭 읽으라고. 너무 좋다고.
그때 몇몇 좋은 문장을 정리하고 거기에 주석처럼 느낌과 생각, 공감의 한 마디를 적은 게 끝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 글을 쓰려고 노트를 뒤적거리니 <자유론에 대하여> 라는 이름으로 써놨던 독후감을 발견했다.

아래 전문을 옮겨 놓고, 자유론 2탄 나에게 깨우침을 준 문장들로 찾아오겠다.



- 자유론에 대하여 -
2020.07.23


읽은 책이 어땠냐는 질문에 그냥 뻔한 얘기,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뻔한 얘기라는 게 뭘까. 너무 당연해서 누구나 다 아는 새삼스러운 이야기라는 걸까. 아님 해도 그만인 말을 굳이 글로 담아 냈다고 돌려까는 걸까.

  「자유론」을 읽으며 고민은 더욱 커졌다. 그들의 표현에 따르자면 이 얇은 고전인문서는 제목부터 뻔하디 뻔하다. 그리고 5장 내내 타자와 나 모두, 그 어떤 순간에도ㅡ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한ㅡ자유를 누릴 권리에 대해 주장한다. 딱 그 뿐이다. 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표준화된 행동양식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자유가 있다. 나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자유가 있다. 사회와 정부도 그러한 개개인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

그냥 뻔한 얘기지.

그리고 나는 이 뻔한 얘기에 몇 번이고 뒷통수를 맞았다.
왜일까. 왜 사람들은 뻔한 얘기대로 살지 못할까.
그게 왜 어려워지는걸까.

밀은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문명사회에서 구성원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권력의 행사도 정당화할 수 없다.', '자기자신, 즉 자신의 몸이나 정신에 대해서는 각자가 주권자인 것이다.'
그는 왜 뻔한 말을 써내려갔을까.

우리 사회엔 생각보다 독선에 빠진 사람이 많다. 이들은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만 옳다고 믿는다. 그에 반하는 다른 이들의 의견이나 생각은 모두 틀린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인간은 형편없다. 인간은 언제나 오류투성이다. 우리는 아무리 확고해 보이는 순간에도 언제나 틀릴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게 우리가 인간이라는 증거이자 이유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틀릴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 인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사회를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고 세상을 바꾸었다. 진화와 혁명은 나의 오류를 인정하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뛰어들 때 절로 따라온다.

나는 아는 게 없고 가진 게 없으니 저 사실을 이용해 강해져볼까, 한다.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사실이지만 왜인지 그대로 행동하는 사람은 또 별로 없거든. 솔직히 아직 애송이인 나조차도 종종 힘들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내 말이 아둔한 자들에 의해 짓밟히는 것을 그저 바라보기가.  하지만 나는 성장을 위해 나의 태도와 자세를 고정한다. 진리는 짓밟힐수록 강해진다. 여기저기 흔들리고 두들겨 맞아봐야 누가 진짜 강한지 드러난다.

그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보편적 행동 규칙에 반한다. 욕망이 나쁜 것이라는 통념에 도전한다. 나는 나의 섬세함과 예민함을 사랑하며, 내가 품고 있는 뜨거운 열정과 욕망을 믿는다. 나는 이를 자랑스러워하며, 드러낼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 충동을 생생하고 강렬하게 만들 수 있으며, 이런 감수성이 있어야 열정적으로 덕을 추구하고 철저하게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
'자꾸 묵종하는 버릇이 들면 성격 자체가 단조롭고 둔감해진다.'

그러므로 나는 끊임없이 발버둥칠 거다. 나의 가치를 계속 반짝반짝 닦을 거다.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잘못된 것에 도전하고 목소리를 낼 거다. 그래서 나의 인생을 더욱 풍부하고 바른 길로 이끌어갈 거야.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니코스 카잔친스키-